최근 TV를 보거나 길을 걷다 보면, ‘메타인지(meta-cognition 혹은 상위인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광고나 홍보물을 쉽게 접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왜 자기주도적 학습이 안될까요?”라는 궁금증을 쉽게 보이고, 직장에서는 다양한 업무 수행력과 협동심을 갖춘 인재에 대한 요구가 높다 보니 심심찮게 ‘메타인지 역량’에 대한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메타인지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두뇌 기제일까? 자기주도적 학습이 지식적 학습만으로 가능할 것일까? ‘자기주도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훈련 습득에 따른 신경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고등인지기능임을 안다면, 선뜻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메타인지는 고등의식기제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뇌과학에서는 두뇌가 감각, 지각에서부터 움직임의 조절과 기억, 정서와 언어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모든 기능을 관장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두뇌의 생리적 기능, 신체적 기능, 심리적 기능, 정신적 기능 등 두뇌의 모든 기능이 훈련내용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활동이 두뇌의 작용이자, 두뇌의 상태에 변화를 주고 있다면 두뇌개발은 왜 필요한 걸까?
두뇌훈련 분야 국가공인 자격인 브레인트레이너 공식 교재에 보면 ‘두뇌훈련이란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인지적 자극과 훈련을 통해 심신의 균형을 회복하고, 수행능력 향상을 이끄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1) 의도를 갖고, 2) 목표를 두며, 3) 적합한 두뇌 기제를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제시되어 있다.
모든 것은 두뇌 활동의 대상일 수 있지만, 인간 뇌의 특성상 ‘의식의 방향성’과 ‘방법론’에 따라 두뇌의 다양한 자원의 쓰임과 형태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브레인트레이너에서 제시하는 두뇌훈련법을 보아도 그 범위와 단계별 차이가 선명히 드러난다.
두뇌훈련법의 종류는 크게 기초두뇌훈련법, 인지기능훈련법, 창의성훈련법으로 나뉜다. 인간의 뇌는 평상시 생명현상 유지를 위한 근본적인 기능에서부터 감정기제, 인지사고, 학습 등 복잡한 고등기제까지 다양하게 발현된다.
파충류, 포유류에 비해 영장류가 언어, 거울뉴런(mirror neuron), 메타인지, 창의성 등 다양한 고등기능을 갖지만 분명한 사실은 동물적 생명기제의 근간이 바탕을 이룬다는 점이다. 인간은 고등 동물이며, ‘동물(動物)’의 ‘動’이 ‘움직일 동’이며, ‘움직임(motion)’이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을 구분 짓는 기준임을 상기하자.
생물종의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움직임의 다양성과 복잡성, 감정기제를 통한 행동의 예측 그리고 언어와 고등정신기능을 가진 생명체로의 진화적 개체이다. 즉,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훈련에 해당하는 기초두뇌훈련이 상위의 인지기능훈련, 창의성훈련을 수행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초중등학교에서 아이큐(IQ) 집단검사를 시행하지도 않고, 심장이 인체의 총사령탑이라고 얘기하는 시대도 아니다. 메타인지는 두뇌 기능 중에서도 가장 고도의 수행력이 수반되는 상위 훈련법에 해당한다. 메타인지의 또 다른 명칭이 ‘상위 인지’인 이유이다.
이제는 메타인지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두뇌의 원리와 기전을 알아야 할 시대가 되었음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 인류 과학이 밝혀낸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 허상과 환상으로 점철되어 지식 기반 학습만으로 메타인지가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교육패러다임전환, 지덕체 아닌 체덕지
몸과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이 ‘뇌’라면, 이러한 뇌에 변화는 주는 첫 번째는 바로 ‘몸’ 이다.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이니, 그 바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변화는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체덕지(體德智) 이다. 즉, 몸으로부터의 출발이다.
뇌를 발달시키는 첫 번째가 ‘움직임’이라면, 두 번째가 ‘마음’이다. 상위인지 기능은 하위의 수없이 다양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될 때, 그것을 높은 차원에서 인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또 다른 마음 기제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 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다.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이자, 메타인지 기능이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심신(心身) 상호작용의 총사령탑, 뇌를 빼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양식, 자기계발을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과학의 진보가 가져다 준 인간 뇌에 관한 지식 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가 가진 뇌를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에 관한 것일 것이다. 결국 현재와 미래는 인류 구성원 개개인의 뇌가 갖는 ‘의식 상태’와 ‘방향성’이 만드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