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학교 1호, 대구 관천초의 전교생 ‘맨발걷기’ 프로젝트
‘흙을 밟지 않는 아이들’. 요즘 미래 세대를 칭하는 문구이자 압축된 고도성장에 따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스팔트가 깔린 도심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흙을 얼마나 딛고 살아가고 있을까. 학생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고 있는 최근의 교육 현장과는 별도로 자연과의 괴리감이 갈수록 커져가는 시대, 스크린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교생 ‘맨발걷기’로 유명한 대구 관천초
2017년부터 시작한 전교생 ‘맨발걷기’로 유명해진 대구 관천초등학교(교장 이금녀). 최근에는 이에 더해 ‘뇌 활용 행복학교’로 진화하고 있다. 맨발 걷기가 심신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두뇌를 활성화해 집중력, 창의력을 높이는 결과를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를 잘 쓰는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
대구 관천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지난밤에 시작한 비가 아침에도 내렸다. 비가 많이 내리면 맨발 걷기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10분까지 우산을 쓰고 맨발걷기를 했다며 이금녀 교장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비 오는 날 맨발 걷기 모습이 참 아름다워요. 학생들이 각양각색의 우산을 쓰고 맨발로 걸으며, 비 오는 날 친구들과 어린 시절 추억 쌓기도 덤으로 이뤄집니다. 교사들 또한 교실에서 맨발로 학생들과 함께해요. 아이들이 바뀌니까 학부모들이 학교를 굉장히 신뢰합니다.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도 학교에 와서 맨발 걷기를 하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그분들을 위해 야간에 학교를 개방하며 1시간 동안 불을 밝혀둡니다.” 이금녀 교장은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맨발걷기 통해 얻은 첫 번째는 심신 건강
관천초등학교는 2017년 이금녀 교장이 맨발걷기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금녀 교장이 아이들이 말하는 변화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우선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됐다고 말하죠. 어떤 아이는 머리가 시원하다고 합니다.” 학교가 분석한 질병으로 인한 결석일 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5년 29.7%, 2016년 21.1%였던 질병 결석일 수는 2017년에는 15%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금녀 교장이 보여준 아이들의 맨발걷기 소감문에서 맨발걷기의 효과 외에 또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제법 길게 썼는데도 글이 논리에 맞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2학년생의 글이라기에는 남다른 데가 있다. 한두 학생만 그런 게 아니고 대부분 학생의 소감문이 그랬다. 이렇게 관천초등학교는 ‘학교폭력 제로학교’가 됐고, 학교 분위기가 좋아지자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덩달아 좋은 상도 여럿 받았다. 2017년에만 제18회 아름다운교육상 최우수상, 제2회 인성교육 발표대회 최우수상, 2017년 교육과정 우수학교 상을 받았다.
신체 활동의 증진이 두뇌 활성화 이끌어
관천초등학교의 맨발걷기는 신체 활동이 중심이 되지만 몸 건강에 그치지 않고 두뇌 활동의 기반이 된다.
“맨발걷기는 뇌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맨발은 뇌와 곧바로 연결된 것 같아요.” 이금녀 교장의 말이다.
지난 2년 동안 맨발걷기를 통해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향상되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발해졌다. 이것을 수업과 연결해 학습에 집중하도록 한 걸음 더 나가야 했다. 맨발걷기를 한 학생들이 활력이 넘쳐 곧바로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것. 체육시간 다음 수업에 학생들이 집중하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뇌 활용 행복교육 프로그램’이다.
2018년 2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인성교육연구원과 뇌활용행복학교 MOU를 체결하고 교사연수를 통해 아이들의 정서 조절, 본질적 자신감 회복, 홍익정신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맨발걷기 후에 뇌체조, 호흡, 명상으로 뇌파를 조절해 학습 모드 상태로 두뇌를 만들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뇌 활용 행복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학급, 행복한 가정 만들기로 인성을 기반으로 한 뇌가 가진 무한한 가치를 계발하고 뇌를 활용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행복해지는 학교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지식 중심 교육보다는 감성 중심의 ‘인성 기반 두뇌 계발 교육’을 하고, 미래 지식 정보화 시대를 대비해 학생 두뇌 성향 및 기제를 고려한 개별 맞춤형 진로, 인성,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을 한다.
맨발걷기로 시작해 명상 도입, 아이들의 창의성 이끌어내
맨발걷기에서 시작해 뇌 활용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학생들의 변화는 학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담임교사가 명상 음악을 들려주며 아이들이 명상을 하도록 이끌자, 아이들은 바르게 앉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음악 한 곡이 끝나고 학생 18명이 각자 자리에 앉아 도화지 위에 자신이 원하는 교실 모습을 그려갔다. 떠들거나 딴짓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담임 선생님께 질문하고 다시 도화지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듯 즐거움이 가득했다. 교실 뒤쪽을 돌아보는 아이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과 다른 방문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데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꿈의 교실 설계도’라는 내용으로 아이들이 각자 바라는 교실을 그리는 수업인데, 칠판에는 아이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이금녀 교장이 칠판을 가리키며 “아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아이디어가 넘친다”라고 말했다.
학교 교사들은 “맨발걷기를 하고 교실로 들어오면 전에는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명상을 한 후로는 집중을 잘합니다. 집중이 흐트러졌다 싶을 때 다시 명상을 하면 곧바로 집중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같은 집중력은 다른 학급에서도 볼 수 있었다. 관천초등학교는 예술꽃 씨앗학교라는 역점사업으로 악기 교육을 실시해 매주 금요일마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악기를 배운다. 1인 1악기를 통한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함양하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한다.
수업은 외부에서 해당 악기 전문가를 초빙해 가르친다. 리코더, 난타, 색소폰 교실에서 악기 소리가 요란하다. 방해가 될까 봐 교실 밖에서 지켜보는데, 안에서 문이 열린다. 그러나 학생들은 누구 한 명 눈을 돌리지 않고 악기 연주에 집중한다. 기자가 돌아본 4개 교실에서 모두 아이들은 무섭게 집중하며 악기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각자 배우고 싶어 하는 악기를 선택해 매주 금요일마다 배웁니다. 이렇게 배운 학생들이 지역민을 위해 정기 공연을 하거나 소외계층을 위한 위문 공연을 하지요.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예술 재능 기부 활동입니다.”
이금녀 교장은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창단 3년 만에 2018년 제43회 전국관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창단 3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은 아주 드문 경우지요. 하지만 매년 학생들이 바뀌어 쉽지 않습니다”라며 자랑했다. 학교 벽에 붙어 있는 ‘체덕지體德智’가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글. 정유철 | 사진 제공. 관천초등학교
[출처] 브레인미디어 www.brainmedia.co.kr